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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WaRa / 2009. 4. 16. 15:56 / 만화 이야기
 2005년 11월부터 DMB방송 북채널에서 「류시현의 오마이러브 오마이북」의 고정패널로 '만화야 놀자'라는 코너를 6개월간 방송을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만화속에 나오는 사랑이야기를 매주  진행하던 프로였는데, 테마를 정해 매주 두편의 작품을 소개했었습니다(월,화). 그때 썼던 방송용 원고를 4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다듬어 글을 올립니다. 그냥 묻히기에는 아까운 글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은 이걸 정리해서 책을 내 볼까 했습니다만... 힘들겠지요? 아무튼 보신 분들도 안보신 분들도 다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편은  졸업시즌 기념으로 올립니다.
 
(Love in Comic)

3. 우리 같이 살아요~ -
리빙게임(りびんぐゲ-ム)
있을 곳은 어디에든지 있어
얼마든지 있는 거야 없으면 찾으면 돼
있을 곳 같은 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
중요한건 마음을 둘 장소라고 생각해
이즈미...
내 마음을 둘 장소는 네 안에 있어
앞으로 우리 둘이 있을 곳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그것만은 변하지 않아
리빙게임의 엔딩에서 라이죠의 대사

  땅값이 세계 제일이라는 일본 동경을 배경으로 잦은 지진과 좁아터진 방 때문에 고생하는 주인공 '후와 라이죠'의 꿈은 방 두 칸짜리 넓은 집에서 살아보는 것입니다. 좁은 집을 못 참던 주인공은 결국 옛날 여자친구인 '토키코'에게 돈을 빌려 큰맘 먹고 방 두 칸짜리 넓은 새집을 얻습니다. 우연하게 회사도 현재의 좁은 사무실에서 새로 라이죠가 이사하는 집 근처의 널찍한 곳으로 이전하니, 이제 주인공은 고생끝 행복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이사하기로 한 건물은, 날림공사로 지어져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버리고 당장 갈 곳을 찾지 못한 회사는 근처의 '라이죠'의 집에 임시 사무실을 차립니다. 넓은 회사는 커녕 자신의 새 보금자리까지 사무실로 빼앗기고 '라이죠'는 이전보다 더 좁은 집과 사무실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거기에 새로 뽑은 15살 신입사원 '히야마 이즈미'는 도쿄에 상경하여 얻은 집이 철거되면서 급한 대로 회사 사무실이자 '라이죠'의 집에 같이 살게 됩니다. 이때부터 마음만은 순진남 '라이죠'몸은 어른이고 마음은 소녀인 '이즈미'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거기에 부부싸움을 하면 '라이죠'의 집으로 찾아오는 전 여자친구 '토키코'와 그녀를 찾으러 오는 남편 '카네모리'. 나미후쿠 DM서비스의 직원들이 엮어지면서 '라이죠'의 보금자리는 편안할 날이 없습니다.
'라이죠'와 '이즈미'가 새 보금자리를 찾을 즈음 나미후쿠 DM서비스가 재정문제로 부도가 나고, 두사람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됩니다. 그 속에서 서로의 꿈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 두 사람은 어떻게 결말을 지을까요?

본의 만화잡지 [코믹 빅 스피릿츠]에서 1990년부터 연재를 시작해서 1993년까지 연재했고 우리나라에는 2002년에 소개된 단행본 전 10권의 만화입니다. 
이 리빙게임이 연재할때 잡지를 보시면 야와라라거나, 맛의 달인 같은 인기 만화가 연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전에 소개했던 겨울이야기의 작가 하라 히데노리의 연재작인 ‘그래하자’도 보입니다.
도 쿄에서 주거문제로 고민하던 주인공 라이죠와 시골에서 상경한 어린 소녀 이즈미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며 일어나는 기묘한 동거와 그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러브 코미디입니다. 특히 서울보다 힘든(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일본의 주거문제가 현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가인 '호시사토 모치루(星里もちる)'는 1961년 1월1일 생으로 일본 후쿠오카현 출신입니다.
1986년 소년캡틴의 ‘위험이 Walking‘로 데뷔했고, 지금 소개하는 리빙게임을 통해 인기를 얻어서 그의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생활속에 나오는 일상생활을 드라마로 표현하는 작가로 현대인들, 특히 현재의 베이비붐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편안하면서도 군데군데 넘치는 위트와 유머 속에 감동이 전해지는 작품이 그의 특징입니다.
작품으로는 대표작인 리빙게임 외에 ‘굿모닝 고스트’, ‘바람불어 좋은 날’, ‘내사랑 사고뭉치’, ‘루나 하이츠’ 등이 있으며 몇작품은 실제 영화나 드라마(루나하이츠 등)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리빙게임'의 소재가 된 것은 작가가 살고 있던 방이 실제로 주인공 '라이죠'처럼 좁았던 데에서 떠올랐다가 합니다. 실제로 '호시사토 모치루'는 특별히 작업실없이 비좁은 방을 사무실처럼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사실 '호시사토 모치루(星里もちる)'는 원패턴 작가이기도 하고 남성 판타지만화를 그리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동거물에 유사가족..... 신기한건 이분의 왠만한 만화는 한국에 다 나온다는 거죠.....잘 팔리지도 않을 텐데 말입니다.... (출판사는 제각각)

* 과거 방송중에 미성년자의 동거라 법적으로 문제 있지 않냐고해서 아슬아슬하게 그 선은 넘지 않는다고 얘기했습니다. 맞게 얘기를 한건지.....아뭏든 현실에서는 이러면 안돼요 아시죠..? 이것은 남성 판타지 만화입니다.

 인공 '라이죠'는 학생시절 '토키코'와 사귀었지만, 그에게 꿈이나 미래 같은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둘이 헤어질 때도 미지근한 성격으로 헤어질 정도로 끈기도 없고 우유부단하고 뭐하나 끝을 본 적이 없던 그런 남자였습니다. 그런 성격 탓에 자신과 헤어져 결혼까지 한 '토키코'에게 와서 돈을 빌리는 것도 꺼리지 않는 마음 편한 성격의 남자였습니다. 그에게 시골에서 온 소녀 '이즈미'는 '라이죠'가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남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어린 소녀였습니다. '이즈미'는 밝고 명랑한 성격이지만, 사실 그녀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재혼한 어머니 사이에서 동생 '유타'가 태어나면서 아버지의 애정은 '유타'쪽으로 기울어지고 그 때문에 '이즈미'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느끼게 됩니다. 삶의 목적을 상실하게 된 '이즈미'의 방황은 소꿉 친구였던 '후쿠나가'와의 한번의 불장난(--)까지 가는 사고까지 일어납니다. 이런 그녀에게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편안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절실히 원하고 있었습니다. 상경해서 처음 얻은 집이 철거되고 사무실겸 '라이죠'의 집이었던 곳에서 이들이 동거를 하면서 이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삶의 목적을 찾게 됩니다. 서로 상대방을 위해 노력하다가 자신이 앞으로 가야 할 길도 찾게 된 것입니다.

브 코미디 만화의 한 코드 중 '동거'라는 소재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의 동거란  의미보다 어느날 남녀가 기묘하게 꼬인 여러 이유로 인하여 같은 공간에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상황 자체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의 전개는 서로 다른 과거를 지닌 사람들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인연으로 엮여지고, 조금씩 서로의 과거가 드러나며 사랑을 하게 되는 스토리가 정석입니다. '리빙게임'도 이런 정석적인 전개를 따르고 있지만, 이 작품이 '호시사토 모치루'의 인기작이자 대표작이 된 이유는 그들이 찾아 헤매는 보금자리 즉 집이라는 공간을 자세히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비슷하지만, 일본은 1980년대 산업대국으로 명성을 날리는 한편 과도한 대도시중심의 산업집중으로 인해 거주자의 생활여건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폐해를 얻었습니다. 특히 수도인 도쿄의 경우에 그 경향은 더욱 심해서, 동경에서 자기 집을 가지기 위해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거나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융자로 사는 수밖에 없게 되었죠. 그래서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자기 집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거주하기 위해서 필요한 공간 이상의 존재입니다. 이런 집에 대한 묘사가 당시 만화를 보던 20,30대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대도시에 좁은 공간에 살면서 자신이 안식의 땅으로 삼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헤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다룬 이 만화가 그의 대표작이 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런 문제를 현재의 한국의 독자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거죠.

YaWaRa / 2007. 9. 17. 07:49 / 카테고리 없음
만화규장각 작품론 내 집으로 와요 전문가 리뷰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게 되는 본능 가운데 하나가 바로 표현에 관한 욕구이다. 그리고 그 욕구가 평범한 정도를 넘어서게 되면 대부분 예술가라는 명칭을 받게 된다.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때로 깊은 통찰이 되기도 하며 혹은 다양한 가치관을 드러내기도 한다. 표현되는 방식에도 다양한 창구가 있다. 역사 이래로 문학과 음악, 미술, 무용 등의 형태로 시도되어 왔으며 산업혁명 이후에는 과학기술을 접목시킨 새로운 장르가 탄생되기도 했다. 사진과 영화, 만화 등은 근대화가 인류에게 선물한 예술장르일 것이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예술의 세계 가운데 <내 집으로 와요>는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사진이라는 장르를 진지하게 탐색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작품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있다. 무엇보다 아야와 미키오의 아기자기한 러브스토리가 이야기의 가장 큰 축으로 자리 잡는다. 연애의 시작에서부터 위기, 재결합, 이별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감정변화는 독자들에게 지속적인 흥미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작품은 연애드라마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났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 헤어지게 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에서 주인공들의 감정을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밀도 깊게 그려낸다. 특히 아야가 주인으로 있는 방이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연애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공간으로서 제목 <우리집으로 와요>를 밑받침해주는 공간이다. 한편, 주인공들이 피아노와 사진이라는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이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피아노 연주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던 아야는 자신의 이름이 걸린 음반을 발매할 정도로 성공한다. 미키오 역시 취미로만 생각하던 사진을 통해 프로작가가 되기에 이른다. 물론 그 사이 주변인물들의 격려와 질타는 미키오의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작품은 이처럼 사랑과 일, 연애와 꿈이라는 지극히 상투적이고 보편적인 주제를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진지한 스토리 구성을 통해 감동의 드라마로 연출해 나간다.

10대들의 사랑에서 풋풋한 향기가 느껴진다면 20대의 연애에는 뜨거운 열정이 있다. 10대라는 연령대가 이제 막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하는 시기인 반면 20대는 성년으로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다져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서로의 정체성이 부딪혀서 불꽃을 만들어낸다. 그 불꽃이 때로 서로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엔 잘 모른다. 만나면 즐겁고 같이 있으면 행복하니 자신의 아이덴디티 쯤이야 쉽게 잊혀질 만한 것이다. 아야를 사귀기 시작하는 미키오의 처음 모습이 딱 그랬다. 그녀를 보면 즐겁고, 만나지 못하면 괜히 안절부절했다. 자신의 영역을 전부 내놓아도, 자신의 감정을 모두 휩쓸고 가도 그 모든 것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랑의 파도가 쓸고 간 자리에 자신의 정체성으로 치환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특히 미키오와 아야에게는 사진과 음악이라는 특별한 자신만의 고유의 세계가 있다. 그래서 평범한 연인들보다도 자신의 정체성을 가리기가 쉽지가 않았다. 한번 쌓아올린 성은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되고, 급기야 서로에게 이별을 고하고 만다. 이별이 모든 것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것은 아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그러니 아야가 미키오와 함께 했던 공간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독자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두 주인공은 사라지고, 그들이 나누었던 대화만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그 장면을 보는 독자들은 어쩌면 두 인물이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 알콩달콩하게 살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정식출간되기 전 <연인>, <러브 파트너> 등의 이름으로 유통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남녀사이에 벌어지는 연애일상을 섬세한 감정표현으로 풀어 가는데 능한 하라 히데노리의 대표작이다. 독자들이 이 작품을 보고 ‘나도 한번쯤 이런 연애를 해봤으면’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두 인물이 맺어진 것이 아니라 헤어짐으로 끝나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완성된 사랑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지만 헤어짐으로 끝나버린 사랑은 영영 아쉬운 추억으로 간직되기에, 모두 그런 추억을 가지고 싶지 않겠는가.

김성훈

*이 글은 부천만화규장각과 김성훈님에게 저작권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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