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같은 것을 마음잡고 쓴다는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과연 어떠한 만화를 감상문으로 써야할지 조금 생각을 했다.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볼때 "당신은 어떤 만화를 제일 좋아합니까?"라고
물으면 상당히 혼란스럽다. 좋아하는 만화는 많은데, 과연 무엇이 제일일까?
...역시 나에게는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여기 내가 쓰는 '여기는 그린우드'역시 '제일'이라고는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내 인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만화임에 분명하고 내가
읽은 만화책 중에 가장 많은 전권을 독파한(벌써 7번째였던가..) 만화이기 때문
이다. 우선은 역시나 "감상문을 쓰려면 이 녀석을 써야해!"라고 계속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자아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나?

우선은 이 만화는 순정만화다(당연하잖아! ^_^;)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든
주인공이나 생활은 남자들이다. 거기다가 주목받는 여자라고는 마지막에
주인공 스카짱의 여자친구 이가라시상이나 아이돌가수 미에코상 정도이다.
한마디로 남자중심의 이야기라고 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음.. 남성우월주의자로
몰리겠군^_^;) 이 만화의 시작은 아주 아주 재미있다. 첫사랑의 상대를 자기의
친형에게 빼앗기고(사실은 짝사랑) 자포자기 식으로 들어 간 곳이 바로 형이
다녔던 학교인 녹림학원! 그리고 그 수많은 이야기들이 단행본 11권에 걸쳐서
진행된다(사실은 작가의 단편들을 빼면 10권저도이겠지만...넘어가자)
우선은 이 만화의 특이한 점은 재미있는 인간관계이다. 주인공인 스카짱
(음 해적판은 궁상이)은 첫사랑의 상대는 자기형의 부인이 되어 버리고,
그 형수와 한집에 사는 것이 싫어서 기숙사에 들어가지만, 그 형은 학교의
양호선생. 거기다가 같은 룸메이트인 키사라키 슈운은 아무리 봐도 여자 같은
외모와 말투를 가진 이상한 녀석, 거기다가 그를 귀여워(?)하는 기숙사장
미쯔루와 학생회장 시노부 그 외에 조연으로 출연하는 오토바이 광에서부터
게임기 오타쿠, 사이비종교 전도사까지 가지가지의 인간 군상이 이 만화를
풍성하고 즐겁게 하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애니메이션 때문이었다.
보다가 스토리가 너무나 좋아서 만화책을 뒤졌으나 국내에는 없었다. 하지만
원판을 미리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것에 대해서는 아픈 기억이 있는데,
옛날 '변덕장이 오렌지로드'를 원판을 사서 사전하나 하나를 찾아가면서 해석을
할 시점에서 해적판이 나와 버려서 나를 허무하게 해 버린 이후로는 만화를
해석하여 보는 무식한 방법-일본어 실력이 없으니..-은 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틴틴'이라는 해적판 출판사에서 '그린우드'라는 책이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상당히 슬프게도 본인은 2년 2개월의 수감생활중이었고 출감을
하고 나서 책을 찾았을때는 이미 '구간'이 되어 있었다. 뭐 수감생활을 끝내고
나니 대여점이라는 문화가 생겨서 결국 거기서 보게 되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서울시내를 한달 이상 뒤집어 놓으면서 찾아내어 결국 해적판 11권을
채우게 되었고 이후로 원판을 구입하여 지금에 이루고 있다. 아마 라이센스판이
나오면 또 살것같다. 잡담은 그만하고 작가는 분명히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의 집단심리나 사생활 등에 대해 상당히 가깝게 접근해 가고 있음에
나는 보는 중에 계속 놀라게 된다. 극중의 주인공 스카짱의 심리묘사는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나 같은 경우는 언제나 만화를 보면서 주인공을 나의
입장에서 대입해 보는데, 그럴 때면 주인공과 틀린 선택이 나오는 반면,
스카짱의 선택 점은 거의 일치하였다. 거기다가 이 만화는 상당히 매니아적인
부분들이 많이 있다. 순정만화에 그렇게 많이 안 나오는 열혈물의 패러디이던가
... 스포츠 판타지 시대물 SF등을 첨가하는 등으로 패러디 적인 세계를 비교적
매니아적인 관점에서 다루어 지고 있다.

사실 이 만화를 좋아하는 요소 중에
가장 강한 것은 주인공과의 동질성 때문이다. 나 역시 비슷한 일로 해서
(오해할까봐 애기하지만 난 장남이다)녹림원은 못 들어가고 수감생활을 택한
과거가 있기 때문에(지금에야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 하지만..) 이 만화를 보면서
쓴 웃음을 지으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이유만으로 '여기는 그린우드'
가 명작이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는 그린우드에서는 불행의 별아래
태어난 남자 하스카와 카즈야의 성장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의 소심하고
나약한 상처 입은 주인공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일단은 도움이라고 해 두자)
속에서 권력(기숙사장)과 새로운 사랑을 찾는 시점에서 아마 독자들은
간접적인 행복을 맛보지 않았을까 한다.

거기에 더하여 나에게 있어 순정만화에 불만인 것은 순정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주체적이고 중심적인 입장에 서지 못하고 남자들의 세계에 이끌려
가는 것이 불만이었다. 그저 여기 저기 꽃미남들사이에서 방황하다가 한 남자를
택해서 해피엔딩이라는 구조의 만화들(주로 일본 쪽의 것들이 이런 류들이 많았다
)이 그저 볼 때는 재미있게 보기는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좋게 받아 들여
지지는 못 하였다.(그래도 재미있으니까 본다..^_^:) 그런 때에 정말 여기는
그린우드의 이가라시만큼은 그런 곳에서 뛰쳐나와서 자기 자신의 주체적인 모습을
찾아 주어서 더 기뻤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우테나도 마지막회를 보면서 안시의
변화된 행동에 기뻤던것과 마찬가지의 흐뭇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서 나는 여기는 그린우드같은 인생을 지향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행복일까?) 과연 사람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라는 것을 느끼면서 생활하고 항상 마음속에
스카짱이나 시노부나 미쯔루나 슈운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 나쁜 쪽만 닮아 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