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 감사한 것이 인생에서 많은 스승들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제가 다음 방향을 어떻게 나가야 할지 고민할 때, 또는 벽과 같은 장애물들이 있을때 저를 도와주시고 지도해 주신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남들이 학창시절을 얘기할 때 나쁘고 추악한 교사만 기억하는 걸 보면 저는 정말 복을 많이 많은 사람일 것입니다.

오늘(12월8일) 고등학교 총동문회에 참석했습니다. 15년동안 연락이 안되던 동창들이 연락이 된 것과 그날 제 스승님중에 한 분이 오신다고 했기에 저는 모든 일정을 정리하고 동문회장소로 갔습니다. 15년만에 뵙는데, 나를 알아 보실까? 이름을 얘기하면 기억하실까하는 걱정도 하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평소에 안하던 닦지않던 구두도 반짝반짝하게 광을 내고 장소를 향하면서 고등학교 1학년시절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저의 스승님인 류호중 선생님은 우리 반을 맡으셨을때 처음으로 담임을 맡는 반이었습니다. 물론 그후에 홍경혁 선생님이나 정병옥 선생님도 합류하시긴 하셨지만, 저희를 담임으로 2년간 가르치셨던 것은 류호중 선생님이셨습니다. 디자인과 3반, 그리고 남자반이 2반이었기에 1,2학년을 운좋게 담임을 같이 할 수 있었고, 그런 속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은 제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희에게 무조건적인 가르침이 아닌, 이해하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가뜩이나 문제가 많았던 녀석들이 뭉쳐있던 반이라 말썽도 많았지만, 선생님이 매를 드시면서도 왜 매를 드시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천천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학교전체에서 내려온 불합리한 지시에는 미안하다고 하시며 이해를 시키셨습니다.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는 선생님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당시 상당히 반항적인 마음을 가졌던 저에게 그 가르침은 선생님을 스승님으로 존경하게 만들었고, 이것은 나중에 제가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칠때도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상대가 높고 낮음없이 평행선에서 서로를 이해하는것! 그것이 류호중 선생님께 배운 가르침이었습니다.

 동문회 장소에 도착하고 저는 동기들에게 인사를 하고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놀랍게도 제 얼굴을 보시자 "창균아 어서와라"라고 먼저 알아봐주셨습니다. 15년이 지났는데도 선생님의 모습은 마치 타임머신을 돌린듯이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때처럼 반갑게 저를 맞아 주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옆에 앉아서 그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얘기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하겠다던 약속대로 그 일을 계속 하고 있다고...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때의 꿈 그대로 지금도 가고 있다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선생님은 그당시의 아이들얼굴뿐 아니라 반과 번호까지도 외우고 계셨습니다. 첫 만남이 선생님에게도 잊혀지지 않으셨던 것이죠.
 3개반이었던 인덕공고 디자인과는 이제 2개반으로 남녀합반이 되었고 인원도 7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졸업 당시 저를 포함 20%밖에 대학진학을 하지 않았던 시기와 달리 이제 80%가 대학을 진학한다는 15년간의 변화도 있었습니다. 그외에도 우리 동기들이 배웠던 과목들(금속공예, 목공예, 광고도장)을 하지 않는 다거나 하는 변화들을 보면서 선생님께 제가 참여한 책을 들고 찾아 뵙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작별인사를 드렸습니다.
 15년만에 만난 스승님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모습 그대로 계셨습니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저도 스승님처럼 좋은 모습만을 간직한 채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류호중 선생님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