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관과 나

하동관 곰탕 Perfect Guide

아버지의 하동관 창업
중앙일보 2006-09-07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하동관이 문을 연 것은 1939년입니다. 이 기사를 쓰신 김희중 교수님(이분은 내셔널 지오그래피 편집장까지 지낸 유명한 분이시죠)의 아버님인 김용택씨가 시작을 하셨고, 6.25때 잠시 문을 닫았다가 1953년 다시 돌아와서 하동관을 여셨고, 자식들 교육을 마치신 1963년 폐업했습니다. 1964년 장석철씨의 어머니인 홍창록 여사가 인수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현재는 장석철씨의 부인이시며 홍창록 여사님의 며느리되시는 분이 운영하고 계시며, 그 동생내외분도 공동운영중입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하동관을 2개로 나눌 계획도 가지고 계신 모양입니다.

뭐 몇가지 뉴스자료도 찾았지만 제가 하동관과 약간의 인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동관 스토리 1. 인연

제가 하동관을 알게 된것은 중3때였습니다.

평소에도 병약했던 제가 체력이 딸려서 픽픽 쓰러지는 일이 자주있자,
어머니는 어딘가에서 가져오신 국물을 아침마다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국물이 큰이모가 계시는 식당에서 하는 곰탕이라는 녀석이고
저는 그녀석이 왠지 마음에 들어 아침을 먹지 않던 저는 그 국물만큼은
후루룩 마시고 학교를 등교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제 체력도 나름대로
회복을 하면서....

그저 맛있는 곰탕을 하는 집정도로만 생각했던 그때 제가 체력이 떨어지던
때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주전자에 담아온 곰탕을 내어 오셨습니다. 가끔은
큰이모님이 저희 집에 오셔서 주고 가시기도 하고 그렇게 저와 하동관의
곰탕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하동관과 더 깊은 인연이 될줄은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95년 8월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남겨두었던 그 시절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뭔가를 알아볼것도 없이, 큰이모님의 추천(?)으로 인해 하동관에 특채(?)로
채용되게 되었습니다. 근무조건은 심플했습니다. 아침 7시출근 오후 4시30분퇴근
일요일 쉼(원래는 한달에 한번만 쉬지만 저는 교회에 가야 한다는 조건으로 특혜)
이렇게 저와 하동관에서의 인연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하동관의 하루는 아침 7시부터 시작됩니다. 홀과 주방팀으로 나눠어져 홀팀은 홀과 밖을 치우고,
주방팀은 룸을 치웁니다. 그뒤로 홀팀은 아침에 오는 무를 받아서 열심히 무를 씻어서 껍질을 깝니다.
홀팀의 최하위급이 무를 까고 있을때 조금 위의 한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파를 썰어넣습니다.
매운 파로 인해 종종 고글을 하기도 하기는 하지만 매운건 마찬가지죠. 주방팀의 막내들은 그사이
그전날 건져올린 고기들을 방으로 이동시킵니다. 방에는 비닐과 신문지로 바닥처리가 된 뒤에
주방의 고참분들이 대기하고 고기 덩어리들을 받습니다. 그 고기들을 곰탕과 수육에 들어가도록
자르는 일을 아침에 진행하게 됩니다.

원래는 8시에 여는 하동관이지만 그전부터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은 식사를 하러
오시는 것이 아니라 주전자를 들고 오시는 분들이죠. 보통은 병원에 계신 부모님이나 시부모님을
위해 곰탕을 사러오신 분들이십니다. 때로는 아침에 하동관 곰탕을 드려야 한다는 곰탕
매니아분들의 주문에 따라 오신분들고 많고요..8시가되면 단골중심으로 아침을 드시러 오시는
분들이 시작됩니다. 물론 그때도 저를 비롯한 홀막내들은 무를 깍고 있을 때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일 준비가 끝나면 모여서 아침을 먹습니다. 하동관의 아침, 점심은 언제나
곰탕입니다. 반찬도 손님들이 먹는 그대로 깍두기와 김치 단....식구들의 곰탕에는 고기는
안들어있는 민짜입니다. 10시를 넘어서면 파트타이머 분들이 오십니다. 그리고 11시부터 이제는 전쟁입니다.

"식권상에 보통 하나, 풍선앞에 특2 기름빼고~ 여기 깎국나갑니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주문이 시작됩니다.
신참인 저는 일단 홀의 상이름부터 외워야 합니다. 옛날에 식권을 팔던 곳이라하여 '식권상' 커다란 선풍기가 있었다하여 '풍선상' 등 자리의 이름도 특이합니다. 1번, 2번 이런게 더 편할텐데 그냥 옛날부터 그렇게 불렀으니 그렇게 하신다는 아저씨 말씀..

제일 막내는 주문도 받지않고 그릇을 내오지도 않습니다. 단지 손님들이 홀에서 식사를
다 마치시면 그릇을 치우고 상을 닦는 일입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점심시간에는 주문을
하는 사람은 몇명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쟁반으로 옮기는 사람도 정해져 있구요.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하동관에도 룰이 있고 각파트의 맡은 업무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2시가 넘어가면 이제 손님들은 조금 줄어듭니다. 그러면 이제 2~3시 사이에 식구들의 점심이있습니다. 물론 민짜죠... 매기니를 곰탕으로 먹으면 질리지 않겠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글쎄요...전 곰탕이라면 1년을 계속 먹어도 안질리더군요.

4시가 지나가면 손님도 거의 없고 문을 닫을 준비를 합니다. 아시다시피 하동관은 4시반에는 문을 닫습니다. 물론 그전에 곰탕이 떨어지면 더 빨리닫고 예외가 있다면 마치기전에 전화를 하고 오시는 분들이죠. 곧 가니까 문닫지 말라고..그래도 30분이상은 안되지만...
가게가 문을 닫으면 의자를 올리고 바닥에 걸레질을 합니다.
그리고 주방팀의 막내들은 고기를 건져냅니다. 저는 홀팀인 관계로 몇시에 건진다거나 언제
넣는냐는 잘 모릅니다. 적어도 12시간 이상은 가마솥에 고는것 같습니다.
주방팀은 막내라 하더라도 경력이 몇년이 되신분들입니다. 개중에는 홀에 있다가 몇년뒤
class(?)가 변경되시는 분들이 막내를 하게 됩니다.

하루의 일과가 마무리되면 저는 퇴근준비를 하고 하동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친구들은
방으로 들어갑니다. 아니면 외출 준비를 한다거나, 이렇게 해서 하동관의 하루는 끝납니다.
어떻게보면 단순합니다. 하지만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점심시간만큼은 그야말로 정신없이
지나가죠.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실듯. 하지만 그런 정신없는 속에도 언제나 자기의 맡은
일을 하는 식구들이 있어서 혼란석에 질서가 유지된답니다.

이전에 1. 2. 형식으로 연재를 할려고 했는데, 점점 들어가면서 식구들의 사생활들이 들어가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어쨋든 이오공감에라도 오르면 후속작을 올리겠다는 약속은 지켰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하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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