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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만화의 문화 파생력 - 무당거미에서 식객까지
김 창 균
1. 글을 시작하면서
허영만은 데뷔 30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화는 끊임없이 변해야 돼요. 항상 새로운걸 독자들에게 던져줘야만 합니다. 그게 잘 안될 때면 '나는 그저 화공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다시 마음을 잡아 의욕을 살리고, 그렇게 반복하는 거죠. " 그의 말처럼 허영만은 그 시대의 문화에 맞는 소재들로 자신의 만화들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왔다. 1980년대 초 고독한 권투선수를 그리는가 하면, 1980년대 중반 민주화 욕구가 시작되는 시기에 <오! 한강> 등 이데올로기에 대한 만화를 제기하기도 하고, 1990년대 엑스세대라 불리는 신세대들이 움직일 무렵의 <비트> 2000년대 도박만화인 <타짜> 그리고 2007년 11월에 개봉하는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중인 <식객>등을 통해 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문화가 움직이는 시기에 그 흐름을 읽고 나온 만화는 당시 문화에 영향력을 끼치며 편입되어, 여러 부문으로 그 파생력을 넓혀갈 수 밖에 없다.
2. 허영만의 만화와 당시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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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는 고독하거나 가난한 주인공이 스포츠를 통해서 성공하는 식의 스포츠 만화가 붐을 일으켰다.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기고 불구가 된 주인공이 같은 처지의 감독과 선수들을 만나 다시 마운드에서 복수한다는 이현세의 1983년작 <공포의 외인구단>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80년대 초 이런 복수와 한이 서려있는 스포츠맨들의 모습이 당시 스포츠 만화 전반에 끼친 영향은 실로 컸다. 이후 허영만은 고독한 권투선수의 모습을 그린 무당거미 시리즈를 1985년까지 연작으로 발표했다. 1986년, 역시 고독한 권투선수인 주인공의 모습을 독특하게 표현한 <카멜레온의 시>를 발표했는데, 작품에 인용된 로뜨레아몽의 <말도로드의 노래>가 서점가를 강타했을 정도로 이 만화의 힘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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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화 파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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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IT업계의 붐과 함께 한게임 등의 인터넷 게임업체가 등장한다. 당시 인터넷을 통한 게임이 바둑이나 장기, 바람의 나라 등의 게임이 주류였던 시대에 게임 사이트인 한게임은 고스톱이나 포커류의 성인용의 보드게임을 내놓는다. 이로써 종래에는 명절이나 잔치 등 특별한 날에 했던 이런 도박게임들이, 이제는 인터넷으로 통해 언제나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만화 도박판을 배경으로 한 <타짜>라는 만화의 등장은 문화적 파생력을 인터넷 도박 게임들과 연계해 폭발적인 영향을 줘 한게임, 넷마블 등의 게임업체가 코스닥에 상장될 정도로 성장하기에 일조를 하였다.
<타짜>가 직접적으로 도박 게임들과 연계를 갖게 된 것은 2003년 네오위즈의 세이게임을 통해서로, 세이게임은 <타짜>에 등장했던 하이로우라는 포카 게임의 일종인 일명 바둑이라는 카드게임을 서비스하게 된다. 게임포탈들의 수익은 게임상에 거래되는 사이버 머니인 게임머니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서비스 업체들은 게임머니를 채워주는 아이템 등의 판매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수익을 얻는 것이다. 세이게임은 바둑이를 서비스하면서 게임머니를 충당하는 방법으로, 만화 <타짜>를 온라인상으로 구입하면 게임머니를 일정부문 주는 식의 서비스를 채택하였다. 사용자들은 게임을 하면서 소진된 게임머니를 만화를 보면서 채우게 되었는데, 만화의 내용이 게임과 연관되기 때문에 서로간의 연계성은 잘 맞아 떨어졌다. 게임과 <타짜>의 연계는 월 매출이 억대를 넘는 이익을 보게 하면서 온라인 업계에 컨텐츠와 게임을 연계시킨 성공적인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직접적인 만화컨텐츠 외에도 가상세계의 자신을 표현하는 케릭터인 아바타에도 <타짜>의 케릭터와 배경들이 사용자들의 인기를 얻었다. 2003년 7월에는 <타짜>의 케릭터를 이용한 <타짜 맞고>와 <타짜 고스톱>이라는 게임이 서비스되기도 하였다. 2006년에는 최동훈 감독 조승우, 김혜수 주연의 영화가 만들어져 전국684만명 2007년 현재 한국역대 흥행 8위에 랭크되었다.
도박이라는 소재는 방송에도 영향을 주어 드라마 <올인>을 통해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2003년 1월 SBS를 통해 방영된 이 드라마는 현존하는 라스베가스의 도박사 차민수를 주인공으로 한 노승일의 동명소설을 이병헌, 송혜교 주연으로 하여, 도박이란 소재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사랑과 성공을 그려 시청률 1위의 인기를 올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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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3년이 들어서면서 인터넷시대를 넘어 모바일(mobile) 문화 시대라고 불리우기 시작했다. 모바일은 본래 '움직일 수 있는'이라는 뜻으로, 휴대폰과 휴대용개인정보단말기(PDA) 등과 같이 이동성을 가진 것들을 총칭한다. 단순히 통신 수단이나 메모 등의 용도로 쓰였던 모바일이 기술발달로 인해 새로운 매체로서 등장하게 된다. 휴대폰이나 PDA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 뉴스를 보는가 하면 케릭터를 다운받아 꾸미고, 게임을 즐기는 등의 변화된 문화는 2003년들어 활발한 변화로 꼽히고 있다. 매체의 변화에 맞춰 허영만의 만화들도 모바일 게임으로 속속 등장한다. <미스터 큐>, <비트>, <아스팔트 사나이>, <변칙복서>, <날아라 슈퍼보드> 등이 그것이다. 이들 게임은 숨은그림찾기, 퀴즈, 액션, 스포츠, 레이싱, 슈팅 등 만화만큼이나 다양한 게임 장르로 사용자들에게 다가섰다. 게임조선의 기사에 의하면 날아라 슈퍼보드의 경우 2003년 6월1일부터 SK텔레콤 NATE에 서비스된 <날아라 슈퍼보드> 모바일게임이 오픈과 동시에 NATE `6월 추천게임`으로 선정되고, 서비스 20일만에 다운로드 6만건을 돌파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날아라 슈퍼보드의 인기에 대해 제작사는 익숙한 케릭터의 영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밖에도 1991년 <스포츠 조선>에 연재한 자동차 기업만화 <아스팔트사나이>가 1995년 이병헌, 정우성 주연 드라마로 만들어져 신세대 스타 정우성을 탄생하게 하였다. 한편 1994년 같은 신문에 연재한 직장인들을 소재로 한 독특한 기업만화 <미스터 큐>가 1998년 김민종, 김희선 주연의 동명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 당시 시청률 50%를 넘으면서 그 해 최고의 인기 드라마가 되었다. 또, 1994년 같은 해 <영챔프>에서 연재를 시작한 <비트> 역시 1997년 김성수 감독에 의해 영화로 옮겨지게 되는데, 이것은 90년대 새롭게 등장한 신인류, 엑스세대를 다룬 작품으로, 대중예술의 최대소비자가 된 이들 신세대들의 일종의 성장만화다. 정우성, 고소영 등의 신세대 스타들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신세대보고서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1997년 흥행 4위를 기록하는 인기를 얻었으며, 당시 정우성이 한 헤어스타일과 오토바이 등이 화제를 일으키는 등 <비트>는 그 해의 영향력있는 한국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2003년 8월 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축제(SICAF) 개막작으로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인 <망치>도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허영만의 1990년 원작 만화를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망치>는 온 가족이 즐겁게 볼 수 있는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서 손색없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에서 보는 것들과 같이 허영만의 컨텐트를 통해 문화적 파생력을 갖춘 작품이 현재에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인 것이다.
4. 결론
허영만이 소재로 삼았던 대상은 그가 작품 활동을 한 30년동안 실로 다양하다. 역사물, 공상과학, 권투, 야구, 당구, 골프, 경마, 도박, 자동차, 직장인, 세일즈맨, 정치, 요리 등에 이르기까지 그가 그린 만화만큼이나 많은 소재를 삼고 있다. 그가 소재를 담는 것은 그 당시 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그것은 그 시대가 중심삼아 움직이고 있는 대상을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허영만의 변화에 대한 노력은 그가 2000년 7월에 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나타난다. “내가 스스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은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그림을 그릴 때면, 언젠가 그렸던 표정, 비슷한 구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건 독자에 대한 기만 아닙니까. 곧 5년을 마감할 때입니다. 그 때까지 새로운 작품에 대한 구상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결심을 해야겠죠." <타짜>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을 무렵 그는 또 다른 뭔가의 소재를 고민했고 그 결과가 지금 <동아일보>에 연재중인 요리 만화 <식객>이다. 주인공 진수와 성찬이 한국 전통의 맛을 찾아가는 이 만화는 일본의 대결식 만화구도이상의 한국 요리만화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 <식객>또한 2007년 10월 글을 쓰는 시점에서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타짜와 같이 허명만의 카메오 출연이 있다고 한다.)
다작을 했던 많은 한국 작가들에 비해 적은 수의 만화를 만들어냈던 허영만의 작품들이, 80년대를 거쳐 90년대를 지나 2000년도에 이르기까지 30년의 세월동안 점점 문화 파생력을 더욱 더 증폭시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변화되는 시대의 문화적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 맞춘 작품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단순히 그 시류에 편성한 만화가 아닌 그 문화보다 한 단계 앞서서 그 흐름을 짚고 자기만의 개성을 첨가하여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낸다. 이것이 허영만의 만화가 출판물로만 끝나지 않고 다른 분야에까지 연쇄적으로 문화적 파생력을 일으키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