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기행은 필자가 부산국제영화제를 관람하며 3박 4일간 부산에 머물면서 경험했던 맛집들과 요리들을 소개하는 Series입니다. 맛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이므로 현지 분 중에 거부감이 드시더라도 부디 이해를 부탁합니다.

미식에도 분야가 있습니다. 편의점 음식의 달인이 있으신가 보면 고기요리의 달인도 있고, 각 방면에 뛰어난 미식의 고수들이 있습니다. 많은 음식의 종류중에 한가지 장르에 좀 더 높은 식견을 보일 때가 있는데, 제가 자신 있는 분야는 국물입니다. 국물도 맑은 국물 요리에 있어서는 나름 상하를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하동관 곰탕 Perfect Guide 에서도 밝혔지만, 어렸을때 부터 하동관 곰탕국물에 길들여져 있고, 게다가 큰이모님이 하동관의 현주방장님이시니, 저희 어머니의 요리 솜씨도 보통수준은 넘으셨습니다. 게다가 외할머니는 개성에서 내려오신 분이신데, 어릴때 가시면 순대를 직접 만드셔서 순대국을 하셨으니, 저는 집안의 내력상 좋은 국물만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요리는 최상급의 맛을 알게되면 그 하급의 맛이 느껴집니다. 때문에 어린시절 저는 입이 까다롭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건 전적으로 제 잘못이 아닙니다!! 집안탓입니다.!!(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ㅠㅠ)

서론이 많이 길었는데, 예고해 드린 바와 같이 부산의 음식중에 서울에서도 상급으로 통할 수 있는 요리는 바로 '복지리'또는 '북국'이라고 불리는 복맑은국이 되겠습니다. 복국은 맑은 복국에 콩나물을 넣고 식초, 고춧가루, 다진 파 등으로 살짝 양념을 해서 먹는 요리로 최고의 개운한 국물로 알려진 음식입니다. 복은 독이 있는 식재료임에도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은 복많이 가진 독특한 맛 때문으로 한번 맛을 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복어를 河豚(ふぐ)이라고 하여 '행복을 부른다'라는 말로 해석되기도 한답니다. 제가 간 곳은 복국의 원조라고 불리는 '금수복국'의 본점인 해운대점이었습니다. 부산에서 내놓으라는 복국집은 3개정도가 미식가들 사이에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영주동 삼대복국과 정치 도청사건으로 유명한 초원 복국, 그리고 이 금수복국입니다. 거기에 더하면 해동 복국과 그외 많은 복국집들이 있습니다. 금수복국이 유명해 진것은 맛도 있지만, 몇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1970년에 해운대에 처음 연 금수복국은 당시에 뚝배기 복국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집들이 냄비에 따로 끓여서 덜어서 내던 것에 특징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박정희 대통령이 부산에 오면 꼭 찾았다고해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이전까지 복은 독이 있는 생선이라 말려서 먹는 등의 하급 식재료였으나 일본과 교류하면서 요리법들을 알게 되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데, 제가 복을 처음 먹은 것은 서울문화사 아이엠닷컴의 이사님과 함께 일하면서 입니다. 처음으로 강남에서 점심으로 사주신 복지리를 먹고 그 시원하고 깔금한 맛을 알게 되었고 이후 금수복국 압구정점이 생겼을 때도 먹게 되었습니다. 특히 국물맛에 민감한 저에게 복지리는 상급 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유일한 단점인 비싸다는 것 때문에 쉽게 먹는 요리는 못 됩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序)를 보고 해운대까지 동호회분들과 걸어 오면서 OPS에서 산 빵들을 먹으며 APEC센터 구경도 하며 부산에서 꼭 먹어야지 했던 곳이 금수 복국 해운대 본점이었습니다. 늦은 시작에도 24시간 영업이라는 반가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마 복지리 특성상 해장하시는 분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지 멋대로 생각을 해 봅니다. 아뭏든 약간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한 금수복국 본점에 들어와서 저희가 주문한 것은 복지리!
복지리의 종류는 은복, 밀복, 참복 순으로 가격이 올라가는데, 3사람이 밀복 3개를 시켯습니다. 밀복은 1인당 1만5천원이더군요. (이 가격때문에 자주 못 먹습니다.ㅠㅠ) 마침내 복지리가 커다란 뚝배기에 토실한 살의 복이 들어 있는 복국이 등장했습니다.

복지리의 맛은 복잡하지 않은 맛과 신선한 재료의 질로 승부를 합니다. 하지만, 그 단순한 맛의 비결이 결코 쉬운게 아닙니다. 설렁탕이나 곰탕이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맛을 내는 집이 몇집 안되는 것과 같습니다. 맑은 국물을 내는 것은 단순하고 간결한 맛의 미학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국물은 그야말로 환상 거기에 탱글 탱글한 복어의 육질은 그야말로 일행들 모두가 "음~, 아~"하는 탄성을 낼 정도의 훌륭한 맛이었습니다. 솔직히 압구정 점보다 좋았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최상의 맛을 보면 그 차이가 느껴집니다.) 부산에서 먹어 본 음식중에 이렇게 감동을 준 음식이 없었습니다. 이건 정말 말로 표현못하는 환상의 맛이었던 겁니다. 일행 모두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깨끗이 비우고 말았습니다.

돼지국밥이 서울에서 이미 터를 잡은 순대국밥에 밀리고 밀면은 강력한 평양냉면에 밀리지만 복국만큼은 누구도 대적할 수 없이 서울에서도 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먹은지 몇달이 지났음에도 이 글을 쓰고 있을 때도 그 맛이 생각날 정도니... 겨울에 복지리를 한번 드셔보시죠. 그 맛에 놀라실 겁니다.

부산영화제를 위해 부산에 가면서 시작했던 맛집기행이 어느덧 마지막회가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동안 머물면서 50년이상된 전통의 음식점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대부분 가보게 되어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다음에 부산에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시간상 가보지 못했던 백광상회나 다른 곳들을 방문해 볼 생각입니다.

부산맛집기행을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음에 드시면 추천 한방씩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약속대로 닭꼬치와 함께 오뎅국물내는 법을 보너스로 한번에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해당 이미지들은 금수복국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