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의 이벤트 덕분에 메가박스에서 평일날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고고70
'공기의 소중함'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공기는 보이지 않고 느끼지도 못하지만, 자유가 없으면 바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자유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자유가 억압받으면 우리는 직접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고고70'은 바로 문화의 자유가 말살되고 국민을 공권력으로 억압하던 1970년대의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본의아니게 시대에 저항하게 된 젊은이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구 기지촌 클럽에서 밴드로 활동하던 상규(조승우)는 일명 까만 음악, ‘소울’ 음악에 꽂혀 있는 기지촌 토박이 밴드의 음악을 듣고 상규 밴드에서 부족한 브라스와 음악색깔을 보강하고자 두 밴드가 의기투합하여 6인조 밴드 '데블스'를 결성합니다. 이들은 1등 상금 1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대회인 '플레이보이컵배 그룹사운드 경연대회’ 내용을 신문에서 보고 서울로 입성하고 그들의 음악적 색깔을 인정한 심사위원들 덕분에 특별상을 타긴 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습니다. 게다가 1972년 서울 시민회관 화재사건, 퇴폐풍조 단속 등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통행금지를 피해 대한민국 최초의 고고클럽 '닐바나'에 전격 스카우트되어 드디어 무대에 서게 되고, 미미(신민아)의 도움으로 '고고춤 열풍'의 주역이 되며 인기를 얻게 됩니다. 영화는 한국 로큰롤 1세대 밴드와 그들의 음악에 열광했던 젊은 청춘남녀의 이야기를 시대 배경에 역사와 허구를 적당히 섞어서 영화적 재미를 이끌어냅니다.
이 영화를 배경으로 하는 큰 역사적 사건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통행금지 -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 의해 계엄령이 선포될 경우 지역적으로 행해진다. 한국의 경우 야간 통행금지(curfew)는 치안·안보 목적으로 1945년 실시된 이후 1954년 7월 5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로 1시간이 단축되었다가 그후 12~4시로 4시간 동안 실시되었다.
유신체제 -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선언( 10월유신) 발표와 계엄령 선포에 의해 제3공화국의 헌정이 중단되고 그해 12월 27일 유신헌법을 공포함으로써 시작된 헌정체제로 대통령의 절대권력·장기집권 보장, 종속적 자본축적의 심화·확대, 사회적·계급적인 통제의 강화, 안보 이데올로기의 강화를 기본골간으로 합니다. 주요내용은 보안법·반공법의 강화, 집시법 개정 및 긴급조치의 남발 등을 통해 각종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을 탄압입니다. 이 체제는 박정희 대통령 사망전까지 계속되었고, 강력한 국민저항을 만나게 됩니다.
긴급조치 9호 - 유신 헙법에 규정된 특별조치로 1974년 1월의 1호 발의후 1975년 5일날 발표한 9번째 조치입니다. 왜 9호가 유명하냐고 하면, 마지막 긴급조치였고, 가장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와 집회·시위 또는 신문·방송·통신 등 공공전파 수단이나, 문서·도서·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를 금하였다. 또한 학생은 어떠한 집회·시위나 정치 관여 행위를 금지당하였으며, 국민은 어떠한 의사표현이나 표현물의 제작은커녕 소지조차 금지당하였다. 또한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단체나 사업체는 휴업·휴교·해산이나 폐쇄되며, 위반자는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으며 서울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은 국방부장관에게 요청하여 군대를 동원할 수 있었습니다. 동백아가씨, 아침이슬 등 수많은 대중가요가 이때 금지가요 판정을 받았고 가수들은 투옥되었으며 대중문화는 그야말로 초토화 됩니다. 사형 선고후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해 '사법살인'이라는 대한민국의 오명으로 남은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이 이 법에 의해서 처벌을 받았습니다.
장발, 미니스커트 단속 - 1954년 제정된 경범죄 처벌법을 근거로 유신체제하에서 1973년 시작된 단속. 곤봉.가위.바리캉을 들고 장발족을 쫓아다니고,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을 잡아 세워 무릎 위로 30cm짜리 자를 들이대는 진풍경이 일어났다고 한다.1982년 1월 전두환대통령이 해제할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대충 이정도입니다. (출처: 브리태니커 백과 및 위키) 굳이 이렇게 긴 시대적 배경을 설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젊은 세대들은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어떻게 저런 시대가 있을 수 있어? 말도 안돼?" 한마디로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는 거죠.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진지함보다 코미디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흥행이 크게 히트하지 못한 이유도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전반부의 재미를 후반부에까지 끌어가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뒷심부족이라는 거죠. 영화 마지막에 공권력에 대항하는 '데블스' 밴드의 재기공연이 감동적으로 끝을 마무리해야 했지만, 시대와 싸웠던 모습이 흥미와 감동보다는 뭔가 밋밋하다는 느낌입니다. 음악 역시 좋긴 하지만, 현재와 과거의 어정쩡한 스타일의 음악입니다. 과거로 돌아가려면 '맘마미아'처럼 진짜 과거 히트곡이 나오던가, 현대에 맞는 새로운 음악이 나오던가 해야 했는데, 그 중간이다 보니 애매했던 거죠. 그런 여러가지 이유로 마지막 공감이 부족한 탓에 자리를 나서면서 2% 부족한 영화가 된 것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든 딴생각은 우리가 지금 다시 저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입니다. 저는 국가공권력이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이나 국가의 안전이 아니라 자기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는 거죠" 그들이 정권유지를 위해 하는 일은 활동 에너지가 가장 큰 젊은이들을 탄압하고 억압하는 것입니다.
저런 말도안되는 법이 어떻게 다시 이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겠냐구요? 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경험한 1997년 청소년 보호법을 다시 떠올립니다. 1997년 6월 일진회 사건이 온 나라의 매체를 떠들썩하게 합니다. 학교에서 싸움 가장 잘하고 잘 노는 학생들이 불량서클을 조직해 폭력을 행사하고 다니는 아이들을 붙잡았더니 자기들을 '일진회'라고 이름 붙이고 그 이름을 만화책에서 보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 만화는 일본 만화 'ろくでなしブル-ス(국내명 비바! 블루스)' 였습니다. 이 사건은 순진하고 착한 청소년들이 만화책을 보더니 갑자기 불량서클을 만들고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고 여론을 부풀렸습니다. 그 이후는 당시 만화를 보시는 분들은 아시듯이 당시 유통되던 90% 이상이 일본만화가 19세미만 구독불가스티커를 붙여지고, 만화를 가판대에 내놓은 서점은 경찰이 들어 와서 수거해 갔으며, 서점에서는 만화자체를 취급하지 않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견 만화가인 강철수, 이현세, 이두호 선생님 등은 구속되는 범죄자의 신분이 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1년전의 이야기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시대를 기억하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11년전의 과거라고 치죠, 지금은 사이버 모욕죄(일명 최진실법)를 만들려고 한다. "악플러에 의해 피해를 입는 국민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말입니다. 그냥 '2MB모욕죄'라고 하던가 '긴급조치 10호' 라고 이름을 붙이면 솔직하기라고 하지 말입니다.
'고고70'을 보면서 자유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런 자유를 위해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자유란 그런 겁니다. 자유? 공기처럼 보이지도 않고 필요한지 모르지만 없으면 금방 힘들어지는 그런 것입니다. 우리가 그 시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면 지금의 자유를 지키기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그런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1%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