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 소개를 잠깐씩 했지만, 이전 회사에서 들어가자 마자 시작해서 만들자 마자 나온 것이 이 파일벅스라는 녀석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업체 선정에서 부터 기획, 스토리 보드, 프로모션까지 정말 원맨쇼를 한 프로젝트고, 나름대로 미래를 생각해보면서 만든 프로젝트인데, 그 당황스런 CF를 보며(저 CF는 저랑 관계없습니다.) 이거 어찌되려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 보는 중입니다. (원맨쇼라고 해도 각 기존 서비스에 대한 연동은 다른 기획자나 개발자분이 다 도와주신 겁니다. 제가 무슨 천재가 아니니까요) 마치 자식걱정을 하듯 조금 걱정이긴 합니다.
겸사겸사해서, 파일벅스에 대한 숨겨진 비화를 몇가지 하기로 하죠.
사실 파일벅스 프로젝트가 나온건 엉뚱한 것에서 부터입니다. 소리바다가 P2P서비스가 막아지고 나서 오르골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게 됩니다.
이 오르골은 소리바다 서버에 싸이월드 미니홈피 비슷한 녀석을 만들어서 Mp3를 올려 서로 1촌맺기 비슷한 것 등을 통해 음악을 공유해서 듣는 서비스입니다. 이때 다운은 안되고 스트리밍만 되게 만든 거죠. P2P 불가판정으로 인해 유저들을 어떻게든 끌어들이려는 생각이었고 싸이월드처럼 홈피꾸며서 돈을 벌 생각도 했던것 같습니다. 문제는 싸이와 소리바다는 회원 구성자체가 틀렸다는거. 당연히 잘 안되고 있죠.
문제는 이것에 필받은 벅스 사장님이 "저것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라고 지시를 했고 그게 제가 회사 들어오기 전이죠. 제가 들어온 이유는 파일벅스 때문이 아니라 전직장인 삼성카드에서 계속 해왔던 마일리지 포인트를 이용한 싸이트 활성화 방안에 대한 제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되어 마일리지 포인트는 물건너가고 사장님이 지시했으나, 아무도 손을 댈 수 없는(기획자의 능력문제가 아니라 사장님이 요구하는 것이 뭔지를 몰라 눈치만 보는 상황) 중요프로젝트를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단지 일이 없다는 이유로 맡게 됩니다.
사장님이 지시한것이 몇달이 지났지만, 한것은 그야말로 사장님의 말뿐이었던 것. 대층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살펴보니, 별거 아닌거다 싶어 하겠다고 하고 4개월만에 해치워 버린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일을 추진하는 기준이 필요한데, 저같은 경우 1. 도대체 클라이언트(직장 상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2. 그런데 일반 고객들은 이런 서비스를 쓰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3. 이것으로 인해 회사가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인가? 4.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은 무엇때문에 이 서비스를 쓸만큼 매리트가 있는가? 5. 1과2를 만족할 만한 서비스는 어떤것인가? 6. 이 서비스가 나올때 법적으로 도적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7. 모든 것을 다 고려해서 만들었을때 나 자신은 이 서비스에 대해 만족하는가? 의 단계로 나눠집니다.(결국은 최종적으로는 자기만족도죠..^^) 파일벅스는 운좋게도 만들 당시 5단계를 70%정도는 충족을 시켰습니다. 참고로 100%만족은 제가 사장이 되기전에는 불가능한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제일 난항은 웹스토리지 시스템! 파일벅스는 개인용 서비스이지만, 그 시스템은 PC박스 같은 웹스토리지의 파일 관리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내 기술력이 없는 관계로 외주사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여기서도 몇가지 부서간 정치적인 문제가 있어서 업체 선정이 좀 걸리긴 했는데, 제가 원했던 업체로 조정이 됩니다.(사실 이 일이 프로젝트 기간동안 제일 오래 걸린 일입니다.) 뭐 덕분에 제가 웹스토리지를 연구해서 이번 불법 스캔만화 연구추가 내용 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하나님께서 이런것까지 계획하는 것에는 정말이지 감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뭏든 파일벅스는 개인이 MP3를 관리하는데 있어서는 탁월한 서비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유에 대해서는 불가론을 펼쳤는데, 아직까지는 그게 유지되는데, 어찌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자로서 서로간의 MP3를 파일벅스로 공유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현재로는 그 방법을 막을 방법도 없고 법적으로도 불법이 아닙니다. 뭐 거창한거 없구.....서로 아이디 하나가지고 공유하면 됩니다..^^
단지 기획자 입장에서 더 고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이걸 하려면 시스템을 전부 뜯어 고쳐야 할것 같아서 혹시나 다른 업체가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 조언해 주고 싶군요. 아뭏든 그냥 파일벅스 한번 사용해 보십사하고 글을 써 봅니다.
단점: XP기반이라 다른 윈도우OS에서는 정상작동이 꽤 힘듬-고치기는 하는데, 잘 안되나 봅니다. 무거운 프로그램들 설치가 많음-이는 벅스의 정책이라 어쩔 수 없었음
뭐 이미 벅스떠난지도 3달이 넘어가니, 앞으로의 파일벅스는 제가 만든 파일벅스가 아닌것 처럼 되겠지요. 변명이지만 서비스가 이상하게 되어도 지금 기획자를 비난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벅스의 기획자들도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위에서 시키는게 합리적이지 않는 것일뿐입니다...--;
* 추가: 결국 이 서비스도 벅스가 인수되면서 2008년 3월에 완전 서비스를 종료했더군요. 제대로된 주인을 만났어도 웹의 혁명이 될 수 있었는데 안타깝습니다. 모든것이 그렇지만 주인을 잘만나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