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기행은 필자가 부산국제영화제를 관람하며 3박 4일간 부산에 머물면서 경험했던 맛집들과 요리들을 소개하는 Series입니다. 맛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이므로 현지 분 중에 거부감이 드시더라도 부디 이해를 부탁합니다.

이제 이 글을 제외하고 2개만 마치면 시리즈가 끝납니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그리고, 서울에서는 맛보기 힘든 서민적인 음식이라면 밀면과 돼지국밥이 있습니다.
돼지국밥은 부산에도 많은 집이 있지만, 제가 간 곳은 대연동에 위치한 쌍둥이 돼지국밥입니다. 사진은 '야후'에서 가져왔습니다.
저는 이전까지 돼지국밥을 먹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몇군데는 제 미식 레이더를 걸리지 않았고, 그냥  순대국밥 비슷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돼지국밥은 이북음식이지만 한국전쟁 때 월남한 이북사람과 함께 정착돼 경상도의 고유음식이 되었다고 합니다. 부산, 대구, 경남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밀양 국밥집이라고 쓴 집들이 많은 것은 그쪽이 원조격이기 때문이랍니다. 밀양국밥간판이 붙었다고 모두 체인은 아니고 고유 지명은 상표등록이 안되어서 여러 군데 쓰는 것이다. (부산에 서울 깍두기라는 설렁탕집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같은 체인은 아니라는...) 찾아 보니 밀양 무안에서 1940년대 무안면 시장터에서 고 최달성 옹이 운영했던 ‘시장옥’이란 식당을 원조로 한다고 합니다. (출처: 국제 신문)
 송정돼지국밥을 비롯한 국밥집이 몰려있는 부산 서면시장 돼지국밥 골목도 있는데, 굳이 쌍둥이 돼지 국밥을 간 것은 그곳의 수육이 특별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 집이 줄을 서서 먹는 다는 얘기를 들어서입니다. 일반적인 경우 줄을 서서 먹는 집은 뭔가가 있다는 거죠. 이번에도 맛집을 고르는 제 감각을 믿어 보기로 하고 대연역 3번출구에 내렸습니다. 그리고 제 레이더를 작동시켜서 약도 없이 쌍둥이 돼지 국밥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돼지국밥은 뼈에 살이 붙은 돼지고기를 넣고 국물을 푹 우려낸 다음 수육을 건져내 큼직하게 썰어 넣고 파나 부추(정구지)를 넣어서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음식입니다. 부산, 대구지역에는 이렇게 밥을 말아먹는 국밥이 많이 있는데, 이런 국밥문화가 발달한 곳에서 나온 음식입니다. 제가 간 시각은 오후 2시 정도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을 시간이지만, 그 집은 여전히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약 10여분을 기다려서 안에 들어갔고 수육 정식(6천원)을 주문했습니다.















 일단 곁들이가 나왔습니다. 제대로된 순대국밥집에서 나오는 양파와 부추가 나왔고 김치, 고추 등이 나왔습니다. 수육을 주문해서 인지 쌈이 곁들어 졌습니다. 일단 국밥과 수육에서 발견한 것은 국밥이 생각보다 맑았습니다. 마치 설렁탕을 보는 듯이 맑았습니다. 순대국밥들이 걸진 국물맛을 내서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부추를 안 넣으면 싱거울 정도로 맑은 국물이었습니다. 수육은 듣던대로 항정살이 나왔습니다. 항정살은 돼지의 목덜미살을 말하며 보통 한마리당 200g정도의 극히 적은 양이 나오는 부위로 가브리살, 갈매기살과 함께 돼지의 특수부위에 속합니다. 소고기의 차돌박이보다는 못하지만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입니다. 이런 부위를 진짜로 수육으로 낸 것까지는 그렇다 치고 밑에는 식지 말라고 작은 불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국밥을 포함해 6천원이라니, 감동받을 만 하고 줄을 서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수육에 찍어먹는 장은 마치 서울의 닭한마리집의 소스와 비슷했습니다. 초장 비슷한 장에 와사비를 섞었는데, 수육만을 먹기에는 잘 어울리는 맛이었습니다. 맛있게 잘 먹고나서 "모자르지 않았냐"는 말씀까지 인심까지 후한 집이더군요.

돼지국밥을 먹고나서 서울에서 이 맛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지 나름대로의 답이 나왔습니다. 그것은 돼지 국밥의 맛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순대국밥의 걸진 맛에 비해 너무 약한 맛이 납니다. 설렁탕도 순대국밥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션이 서울에서 경쟁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가격 경쟁도 힘들고...) 결국 제대로 된 돼지국밥을 드시려면 부산으로 가실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 맛있는 수육을 못 먹어서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대연역 3번 출구, 부산은행 옆 사거리에서 줄을 서있는 식당을 찾으시면 바로 그 집입니다. 부산 가시면 꼭 한번 들러 주시면 좋을 만한 집입니다.
이 글은 비밀닷컴에도 같이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