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엉덩이계열 만화들이 안 팔리는지 아니면 자신의 진짜 가야할 장르를 찾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주지훈, 김재욱 등이 주연으로 영화화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원작자인 '요시나가 후미(よしながふみ)'가  2007년부터 만화잡지 <모닝(モ-ニング)>에 연재 중인 '어제 뭐 먹었어?(きのう何食べた?)'를 보면서 주인공과 유사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전 게이도 아니고 동거인이라고는 올해 결혼예정인 남동생뿐이지만, 매일 저녁 어떤 요리를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마트에서 타임세일이나 특가 물품을 구입하며 사는 제 모습이 결국 게이라는 특수한 계층이 아니라 30대 후반의 독신 남성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남들이 보기에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이대로는 만화속의 주인공처럼 40이 넘어서 노후나 걱정하며 살아가는 그다지 부럽지 않은 라이프라는 것에 기분이 좀 유쾌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는 만화속에서 일본 가정식 요리에 퓨전스러운 음식들을 내면서 실제로 해도 맛있을 만한 음식들을 만들어 내는데, 그거완 다르게 그냥 매일 사먹는 밥이 싫어서 그래도 먹을 만한 음식을 집에서 해먹자는 취지로 요리하는 저같은 사람도 있으니, 나름 정리해본 지난주에 요리해서 먹었던 저녁 메뉴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요리를 만들때는 잡스런 생각도 안나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고, 또 그 요리를 먹을 때 의도한 대로 맛이 나올때의 즐거움도 있습니다. 더 욕심을 내면 제 요리를 맛있게 먹어둘 사람이 같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말입니다. 그건 제 욕심이고... 아무튼 지난주 저녁 요리들을 소개합니다.

홈플러스에서 산 1+1 저렴한 냉동 돈까스와 PV상품인 웨지감자를 튀겨낸 '돈까스 웨지감자' 뭐 요령없죠. 여기에 스위트칠리소스와 진한 오리지널 칠리소스를 적당히 섞은 소스와 돈까스 소스에 겨자를 넣은 소스를 번갈아 먹으면 끝.


언제나 오뎅국물을 낼 수 있는 재료를 준비해서 다시마망을 넣고 바로 맛을 내는 '꼬치오뎅', 사진에 나온 어묵은 삼호제품, 얼마전 동원의 신제품을 샀다가 내가 어묵을 먹는 건지 밀가루떡을 먹는건지 몰랐다. 뭐 삼호도 그렇게 좋은건 아니지만, 매번 미도어묵을 먹을 수는 없으니 타협. 찍어먹는 소스는 간장에 겨자와 파, 청양고추로 맛을 내면 좋다. 재료 등은 이페이지 참고

매일 고기가 땡길때 닭만 먹다가 6개월만 먹은 삼겹살 마치 마트에서 싸게 팔고 지나가는데, 덤까지 넣어주기에 충동구매로 만원어치 구입. 이왕 먹는거 제대로 먹자고 키조개 관자와 팽이, 송이, 새송이 버섯 등을 같이 넣어 구운 '삼겹살 관자 버섯 구이'
이거 하나에 채소와 김치면 먹고 제대로 뛰어야 한다. 특히 관자의 쫄깃함은 고기보다 좋다.

그 다음날 남은 고기와 관자, 버섯에 야채를 넣고 볶은 정체불명의 '재고정리 요리'모양은 그렇지만, 동생이랑 함께 싹 비울 정도로 맛이 좋았다. 특히 관자와 삼겹살은 따로 구워 기름을 적당히 제거했더니 더 괜찮은 맛이 났다. 관자를 칠리소스에 찍어 먹는 것도 색다르긴 한데, 다음번엔 다른 소스도 연구해 봐야 할 듯...

갑자기 퇴근하다가 라면이 땡겨서 생각한 '조개살 라면' 라면은 삼양에서 나온 맛있는 라면을 넣고 관자에게 떼어내서 냉동시켰던 조개살에 버섯솨 파를 듬뿍 넣고, 마지막에 계란을 넣었다. 마침 하동관에서 가져온 김치가 있어서 라면에 김치라는 환상적인 조합으로 만족스러운 저녁식사였다.


그야말로 대충 먹는 중년 독신남의 식탁,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는 뭘 먹지? 퇴근하면서 요리 구상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