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택배문제를 관심있게 본 이유는 이 문제가 남양주 다산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겠다 싶어서였습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하지 않으면 서로간에 상처만 주고받고 끝나는 감정적인 문제만 생기기 때문이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몇가지만 정리해 봅니다.

1. 언더독 효과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약자에게 동정심을 갖게 되고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심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동정심에서 우러나는 행동을 약자 = 선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특히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그 대비가 강자와 약자로서, 즉 갑을관계로서 대비되었을때, 항상 약자가 옳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을이 자신의 약자적인 포지션을 이용하여 자신이 잘못함에도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고 원 피해자인 강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여론몰이를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죠. 이번 이슈에 대해서는 이 부분이 제일 큽니다.

2.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근본적인문제는 지하주차장을 만들면서 입구의 높이를 2.3m로 한것인데 대부분의 택배 운송차량인 탑차의 높이는 2.5m 정도이기 때문에 출입이 안되는 것입니다.
왜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냐하면 기존의 아파트들은 지상과 지하주차장을 같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도시들 중 차없는 아파트를 선전하면서 아파트 단지들을 ‘공원화’했습니다.
그러면 지하주차장 높이를 높였어야 했는데, 기존에 지상과 지하주차장을 병했하던 생각만해서 높이를 변경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택배 대란의 궁극적인 원인은 아파트 설계·건축의 실패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차량종류에 따른 전고(높이)관련 기사 by  시대는 바뀌었는데 주차장 기준은 1990년…'택배대란' 불렀다 

3. 이번 택배문제는 누가 약자고 누가 강자인가?
솔직히 이번 일의 원인은 남양주 모지역 분들이 Over 하신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것입니다.
그렇게 강조하는 아이들의 안전의 문제를 정당화시키려면 그 과정도 정당화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어떠했습니까?
분명 그분들은 강자가 아닙니다. 자신들이 약자이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은 것입니다. 그런데 번지수가 잘못되었습니다.
그분들은 그들이 약자이고 피해자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동이 무조건 옳다고 믿어버린 것입니다.
자신들이 대상으로 잡은 강자가 택배회사라고 판단하고 행동을 했지만, 사실 택배회사에 소속된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이고,
자신들의 수익이 나지않으면 생계를 위해 그 지역을 포기해야 하는 같은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 제가 확인한 결과 실제 택배기사들은 그런식으로 회사나 지역을 옮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자인 자신들이 싸울 대상이 자기보다 더 가진 강자라고 착각하고 진행하는 행동이니 그 결과는 지금 보는 바와 같습니다.
택배사가 언론몰이와 댓글알바까지 쓰고 있다고 주장하는 모지역 일부분들을 보면서 정말 이 분들이 이 상황을 얼마나 잘못 판단하고 있는지 느껴지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거기에 책임회피까지 하고 계시죠. 문제의 공고문을 자기들이 안 붙였다고 하면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 그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가 있었다는 얘기는 없더군요.
솔직히 이 사건이 인터넷에 나오기까지 다산이라는 데가 어디에 있는 지역인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게 팩트입니다.
알바 타령은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4.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이 문제는 신도시 전반에 걸쳐 지하주차장 높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곳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남양주 모지역분들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막상 우리의 문제가 되었을때는 그 해결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거다! 라는 명확한 해결책이 없을때는 결국 사람과 사람간의 협의로 풀어야 합니다.
해결가능한 부분을 몇가지 정리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오랫동안 서로간의 협의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제일 좋은것부터 차례대로 나열해 보겠습니다.

- 지하주차장 높이 재공사 : 이미 시공되어있는 곳은 재공사이고 앞으로 지을 아파트들은 건설사에 요구해서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문제가 안생기도록 아예 지하 주차장 높이를 2.5m이상으로 규정하는 법을 명시해야 합니다.
- 지상주차자 허용 : 인도말고 지상주차장이 있는 곳이라면 지상주차장에 택배차를 허용하되, 출입시간을 지정하는 등의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합니다.
  이건 어려운게 아닌게 쓰레기버리는 날도 지정하고 시간도 지정하는거 우리가 잘 지키잖아요?
  처음이 어렵지 규칙을 정하고 지키는건 어려운게 아닙니다.
- 지상 무인택배 운영 : 이 문제는 좀 쉽지 않은게 비용은 부차하더라도 무인택배함을 무한정으로 늘릴 공간이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이럴경우는 실버택배와 연계해야 좀 더 활용도가 높을것 같습니다.

5. 결국 사람이 먼저입니다.
모든 문제에서 시스템적으로 해결이 안되면 남는건 사람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가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문제는 풀리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신도시의 여러 지구에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을 것입니다.
명확하지 않은 문제에서는 사람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는 과정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