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기행은 필자가 부산국제영화제를 관람하며 3박 4일간 부산에 머물면서 경험했던 맛집들과 요리들을 소개하는 Series입니다. 맛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이므로 현지 분 중에 거부감이 드시더라도 부디 이해를 부탁합니다.

이렇게 추운 계절에 길을 걷다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노점상이 있습니다. 그것은 꼬치 어묵을 파는 집들입니다. 그리고 어묵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부산' 부산 어묵이 유명해서 부산에서 만들지 않은 어묵들 조차 부산이라는 이름을 쓸 정도로 어묵 브랜드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부산 어묵의 원조를 찾고자 했습니다.

오뎅(おでん)은 간장 등으로 맛을 낸 장국에 어묵 다시마 곤약 등을 넣어 끓인 일본식 요리이고, 어묵은 생선살을 갈아 기름에 튀기거나 찌거나 불에 구운 음식을 뜻하는 것으로 적절한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묵은 일본의 가마보코(かまぼこ)와 같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어순화 차원에서 일본말인 오뎅 대신 어묵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부산 어묵이 유명해진 데에는 국내 최대의 연근해수산물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나오는 풍부하고 신선한 수산물이 원료인데다 해방 후 일본 이 남기고 간 기술·인력 및 공장은 부산어묵의 뿌리가 되었고,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어묵 생산량의 35%가 부산에서 생산되면서도 가격은 더 비싼 편입니다. (대림이나 삼호같은 대기업들보다도...)

부산에서 만들어진 업체들만 부산어묵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미식가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대표적인 부산 어묵 메이커는 3개로 좁혀집니다. 제가 부산 어묵 메이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4~5년전 종로에서 꼬치 어묵을 먹을 때 였습니다. 평소처럼 추운 날 어묵 하나를 물었는데, 그 맛이 확연하게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그 포장마차 뒤의 어묵 박스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미도 어묵'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 마트를 돌며 미도 어묵을 찾게 되었고 집에서 요리를 해 보고 나서 확실한 차이를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럼 부산의 3대 어묵은 무엇일까요? 환공어묵과 미도 어묵(구 또래어묵)을 양대 산맥으로 영진식품새우표어묵까지하면 3대 어묵입니다. 이 어묵들은 40~60년이상의 내공이 있는 어묵들로 어묵 요리사들과 소비자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어묵 브랜입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 환공과 미도는 팽팽한 라이벌로서 제가 방문했던 부산 국제시장 옆 깡통시장에서 한집 걸러 서로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산 직매장이라고 홈페이지에 표시되어 뭔가 건물을 상상하며 들어간 저의 생각은 깡통시장에 들어가면서부터 무너졌습니다. 주로 수입품들을 파는 좁디 좁은 골목에서 여느 시장 오뎅 가게와 같은 형태의 매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장 뒤에서는 전국각지에서 주문받은 물건의 포장에 분주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제일 먼저 환공 어묵이 있었고 같은 라인에 미도 어묵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서울에 가는 버스시간을 초읽기 하며 두집을 찾았을 때의 감동을 뒤로 하고 각각의 어묵을 사서 서울길로 올라 왔습니다.
제가 산 어묵들은 어묵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특상, 상천 혹은 대사각'으로 불리는 꼬치에 넣는 직사각형의 어묵과 오징어 등이 들어 있는 말이형태의 어묵으로 모두 튀긴 어묵이었습니다. 환공과 미도의 육안으로 보면 색깔을 찾을 수 있습니다. 환공쪽이 색깔이 밝은 색 계통이고 미도가 약간 어둡습니다. 맛에도 차이가 있는데 미도가 강하고 진한 맛이라면 환공이 순하고 담백한 맛이 납니다. 둘의 공통점은 장시간 넣고 끊여도 식감이 변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각 어묵을 통째로 넣고 장시간 끊이면 마치 밀가룩 죽에 가까울 정도로 힘이 없는 형태가 됩니다. 이는 질이 좋지 않은 생선을 쓰거나 생선 함량이 낮아서 생기는 일인데, 이 두 어묵은 오랜시간동안에도 모양이 변하지 않고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을 유지합니다.

개인적으로 2가지를 비교해 보면 저는 미도쪽에 손을 들게 되는데, 환공을 즐기시는 분들은 미도의 강한 맛보다는 환공의 담백한 맛을 쳐주는 분들고 있습니다. 2가지 어묵을 비교하면서 왜 부산 어묵이 유명한 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만원어치의 어묵은 약 2주에 걸쳐서 저희집의 풍성한 오뎅 파티를 했고, 온 집안 식구들은 서울에서는 먹을 수 없는 맛있는 오뎅이라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문제는 이후 미도 어묵만을 찾게 되는데 보통 어묵이 1,000원이라면 미도는 2,000원 정도가 됩니다. 때문에 가격을 중시하는 대형마트에는 찾아보기 힘든데, 유일하게 GS마트와 신세계마트에만 물건이 들어옵니다. (농협 하나로마트에도 들어 온다는데, 확인을 못했습니다.) 환공은 더 보기 힘듭니다. 아무래도 이 제품들은 업소에 더 많이 나가는 것 같습니다. 만약 구입을 원하시는 분들은 홈페이지에 들어가셔서 직매장과 연락해서 택배로 받으시는 것이 빠를 듯 합니다.

추워지는 계절에 집에서 따끈한 오뎅 국물에 부산 어묵 꼬치를 드셔 보는 것이 어떠십니까?
*마음에 드셨다면 추천한방....^^ (이 계절에 이오로 가고 싶어요~ 비굴모드 발동)
  이거 이오에 5개이상 추천으로 걸리면 길거리 먹거리 시리즈인 닭꼬치에 대한 포스팅을 걸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의 부산맛집 기행 마지막회가 이어집니다.